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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 국제거래법
작성일 : 2023-06-23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권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인수되는 채무의 준거법에 의함

법원에 중재인 선정이 신청된 경우

“중재 신청” 자체의 적법성은 원칙적으로 심리 대상 아님



◆ 병존적 채무인수 시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 및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적인 갑이 을 주식회사에 스위스법에 따라 설립된 병 외국회사의 주식을 대여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 한편, 을은 이미 병에게 병이 발행한 주식을 대여하고 향후 병으로부터 그 주식을 상환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이후 갑은 을 회사 및 병 회사와 병 회사가 갑에게 병 회사 주식을 직접 상환하기로 하는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체결하였는데, 병 회사가 정 외국회사에 흡수합병되자 갑이 정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가 을 회사의 갑에 대한 위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다고 주장하며 주식반환의무의 이행을 구하였다.


판결요지: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는 이들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고(제1항 본문),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면서(제1항 단서), 채무인수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하고 있다(제2항). 이때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뿐만 아니라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들 사이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고, 채권자에 대한 채무인수의 효력은 인수되는 채무의 준거법, 즉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의하게 되며, 이는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이 함께 채무인수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는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항 본문). 따라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은 채무자가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 된다. 다만 묵시적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되는데(같은 조 제1항 단서), 이는 계약의 준거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에는 계약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약당사자의 국적이나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검토: 구 국제사법 제34조(현 국제사법 제54조)는 제2항에서 제1항의 채권양도 관련 규정이 채무인수에 준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대상판결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채무인수에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구 국제사법 제34조 제2항이 채무인수라고만 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면책적 채무인수에 한정하지 않은 데에 주목하여 병존적 채무인수에도 위 조항이 준용된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주류적 견해가 구 국제사법 제34조(현 국제사법 제54조) 제2항이 면책적 채무인수만을 다루는 규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그와 달리 해석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않은 것에는 다소간 아쉬움이 있다.


한편, 구 국제사법 제25조(현 국제사법 제45조)는 제1항에서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하고,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묵시적인 선택을 인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정으로 계약당사자의 국적,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의 객관적 사정을 들면서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대법원과 같은 태도를 취할 경우 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을 규정한 구 국제사법 제26조(현 국제사법 제46조)의 기준(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과 대법원의 설시한 묵시적인 선택 인정의 기준이 중첩되어서는 안 되고, 따라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경우 당사자의 상거소, 국적, 계약체결지, 계약이행지 등의 객관적 연결점은 고려될 수 없다는 견해(김인호, “2022년 국제거래법 중요판례평석”, 인권과 정의)도 있다. 앞으로 대법원이 묵시적 선택과 객관적 연결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 주목된다.



◆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한 중재인선정 신청의 기각 가부 및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가부 (대법원 2022. 12. 29.자 2020그633 결정)

사실관계: 갑이 선하증권에 근거한 중재합의를 근거로 을에 대한 중재를 신청하고 법원에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 선정을 신청하였다.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하자 을은 자신이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 아니므로 갑과 자신 사이에 유효한 중재조항이 없다고 주장하며 특별항고를 하였다.


결정요지: 중재법은 중재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중재법 제1조), 이를 위해 중재인선정 신청, 중재인이나 감정인에 대한 기피신청, 권한심사 신청, 권한종료 신청 등에 따른 법원의 재판에 불복이나 항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중재법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 제17조, 제27조). 특히, 그 중에서도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당사자들이 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중재법 제12조 제5항)은 중재판정부를 신속히 구성하여 중재절차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중재인선정 단계에서부터 그 선정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인하여 중재절차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중재법의 내용, 목적 및 그 취지 등에서 알 수 있는 자율성, 신속성 등 중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중재법 제8조가 정하는 중재합의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재법 제12조 제2항에 의한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야 하고,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까지 중재판정부에 앞서 심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고, 위와 같이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의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 사유는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의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검토: 대상결정이 이유에서 적절히 설시하고 있듯이, 중재에서는 당사자들 사이에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우선 중재판정부를 구성하여 그로 하여금 선결문제로서 결정하거나 본안에 관한 중재판정에서 함께 판단하도록 하는데(중재법 제17조), 강학적으로는 이를 중재판정부 스스로 자신의 권한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Kompetenz-Kompetenz 원칙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관한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대한 심사재판이나 중재판정의 취소재판 내지 승인·집행재판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법심사를 할 수 있다(중재법 제36조, 제37조, 제38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중재법의 규정 체계와의 일관성 및 중재법의 대원칙인 당사자자치 존중을 고려하여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중재인선정 과정에서 법원이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 여부를 심리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본다면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의 사유에도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 여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중재인선정 신청 심리시에도 중재법 제8조에 따른 중재합의의 방식에 위반되어 외관상으로도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재법 제12조 제2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합의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은 고려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후자의 경우 중재합의 자체의 부존재 또는 무효와는 무관하고 중재법에 따른 중재인선정 신청의 절차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배척하는 것이 Kompetenz-Kompetenz 원칙 등과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중재합의 자체의 성립이 문제되는 것이므로, 중재인선정 신청 심리시에 고려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일관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중재합의의 부존재가 명백한 경우에까지 중재인을 선정하여 그(들)로 하여금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판단하게 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 중재법상 우편 발송에 의한 통지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인 ‘적절한 조회’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및 중재 대상인 분쟁이 채권·채무와 관계되는 경우 적절한 조회의 방법(대법원 2022. 9. 7.자 2020마5970 결정)

사실관계: 신청인 갑은 채권자로서 연대보증인인 피신청인 을(당시 주채무자인 주식회사 병의 대표자)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다. 대한상사중재원은 피신청인의 연대보증책임과 관련된 '대출약정 제2차 변경합의서' 및 연대보증서에 기재된 주소인 주소 1과 병의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주소인 주소 2로 중재신청서 등을 여러 차례 우편 발송하였으나 모두 폐문부재로 반송되었고, 각 주소지로 직원도 보냈으나 을이 위 각 주소지에서 실제로 거주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또한 대한상사중재원은 주소 1로 이 사건 중재신청서, 중재인 선정 통지 공문, 심리기일 통지 공문도 우편 발송하였으나 역시 폐문부재로 반송되었고, 결국 을이 중재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재판정이 내려졌다. 한편, 이 사건 중재신청서 접수 무렵 을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주소 3이었고, 이 사건 중재절차 도중 주소 4로 변경되었다. 중재판정집행 신청서 부본과 심문기일소환장은 주소 4에서 을에게 직접 송달되었다.


결정요지: 중재법상 중재신청서 등 서면의 통지는 수신인에게 서면을 직접 교부하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중재법 제4조 제1항), 직접 교부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신인의 주소, 영업소 또는 우편연락장소(주소 등)에 서면이 정당하게 전달된 때 통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같은 조 제2항). ‘적절한 조회’를 하였음에도 수신인의 주소 등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최후로 알려진 수신인의 주소 등으로 발송 통지를 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마지막 방법의 경우,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제한될 여지가 있으므로, 서면 통지와 관련하여 ‘적절한 조회’를 하였는지 여부를 중재절차에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의 실질적 보장 여부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즉, 당사자가 중재절차에서 ‘적절한 조회’를 다하였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가 입수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기대되거나 요구되는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방의 주소 등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이 때 ‘적절한 조회’에 해당하는 방법에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서 등 분쟁과 직접 관련된 문서나 계약 체결 전후에 작성된 문서에 기재된 주소의 확인, 그러한 문서에 기재된 전화번호나 이메일 등의 연락처로의 연락, 최후로 알려진 주소지의 방문, 중개인이나 상대방의 대리인, 보증인이 상대방인 경우 주채무자 등 계약 관련자에게의 문의 혹은 법인등기부나 부동산등기부와 같은 공부의 확인 등의 노력 등이 포함되며, 특히 중재 대상인 분쟁이 채권·채무와 관계되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은 채권·채무관계를 밝혀 주는 자료와 반송된 내용증명 우편물 등을 첨부하여 상대방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하거나 주민등록표 초본을 교부받을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상대방의 최후주소를 확인하는 것도 ‘적절한 조회’에 포함될 수 있다.


검토: 중재절차에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 및 방어권 보장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은 중재신청서 등 서면을 제대로 통지받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나목은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당사자가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거나 그 밖의 사유로 변론을 할 수 없었던 사실을 중재판정의 취소 사유로 들고 있고, 중재법 제38조 제1호 가목은 위 사유를 중재판정 집행 거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재법상 서면의 통지 방법 중 제4조 제3항에 따른 통지는 ‘최후로 알려진’ 주소 등으로 ‘우편 발송’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므로 통지를 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당사자가 실제로는 서면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중재에 참여하여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적절한 조회’가 인정되는지 여부, 즉 합리적으로 기대되거나 요구되는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방의 주소 등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 대상 결정은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설시함으로써 선례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본건에서 주소 1과 주소 2는 을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니고, 갑이나 대한상사중재원이 을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중재판정에 집행 불허 사유가 있다고 한 원심결정을 유지하였는데, 대법원 스스로 적절한 조회에 포함된다고 설시한 계약서 등 관련 문서에 기재된 주소의 확인 및 최후로 알려진 주소지의 방문 등이 본건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에 비추어 보면, 통지를 시도하는 당사자 내지 중재기관으로서는 ‘적절한 조회’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열거된 방법 모두를 시도해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특히 본건에서는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초본 교부를 통한 주민등록상 최후주소 확인, 주채무자에 대한 문의 등이 문제되었는데, 우리나라 주민등록 시스템(개인의 경우) 및 등기 시스템(법인의 경우)의 완비성을 고려해 보면, 우편 발송 통지를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최소한 주민등록 또는 등기상 최후주소 확인은 반드시 거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사실관계: 미국 하와이주 개정법(Hawaii Revised Statutes) 제480-13조 (b)항 (1)호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사용한 행위 등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미화 1,000달러 또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3배의 금액 중 큰 금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주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과 소외인 사이에서 독점적으로 식료품을 수입·판매하는 계약관계를 방해하고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사용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원고들은 대한민국 법원에 위 판결에 대한 집행판결을 구하였다.


판결요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재판 승인요건 중 하나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217조의2 제1항은 “법원은 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 등이 대한민국의 법률 또는 대한민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에는 해당 확정재판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와 관련하여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법률 또는 대한민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원칙이나 이념, 체계 등에 비추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 그 외국재판의 승인을 적정 범위로 제한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

이러한 승인요건을 판단할 때에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나 예측가능성의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고, 우리나라 법제에 외국재판에서 적용된 법령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그 외국재판의 승인을 거부할 것은 아니다.


또한,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할 것인지는,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원칙이나 이념, 체계를 전제로 하여 해당 외국재판과 그와 관련된 우리나라 법률과의 관계, 그 외국재판이 손해배상의 원인으로 삼은 행위가 우리나라에서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만일 속한다면 그 외국재판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이 그 법률에서 규정하는 내용, 특히 손해배상액의 상한 등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검토: 위 대상판결에서도 설시하듯이, 대한민국 법체계 내 손해배상의 개념도 지난 10여 년간 확대되어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규정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다수의 개별 법률에 도입되었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 손해의 3배 내지 5배를 한도로 한 손해배상이 허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율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외국재판이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하였다거나 실제 손해액의 일정 배수를 자동적으로 배상액으로 산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종래와 같이 승인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게 되었다.


본건에서와 같이 외국재판에서 문제된 영역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배액 배상을 허용하는 법률의 규율 영역에 속하고 동시에 그 손해 전보를 초과하는 범위가 우리나라 배액 배상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일응 승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 배액 배상이 허용되지 않은 영역에서 손해전보를 초과하는 범위의 배상이 인정되었거나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가 인정된 경우에는 여전히 승인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 따라 손해전보에 해당하는 부분의 배상 명령에 대하여는 승인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직권조사의무(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도269388 판결)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직권조사의무에 대한 리딩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등을 따른 판결로 준거법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준거법에 관한 심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판결이다.



김갑유 변호사(법무법인 피터앤김)

기사링크: 법률신문(2023.06.21.), https://www.lawtimes.co.kr/news/188475?serial=18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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