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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포스코건설, 3조원 규모 국제중재 승소로 국가 신인도 지켜”
작성일 : 2022-12-13

[Interview] 피터앤김 김갑유 대표·신연수·조아라 파트너변호사 



2002년 매립을 진행 중이던 인천 송도신도시(현 송도국제신도시)에 미국계 자본이 들어온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부동산 개발 업체 게일 앤드 웬트워스(현 게일인터내셔널·이하 게일) 등이 총 555만㎡(약 168만 평) 규모의 국제 비즈니스센터를 조성한다는 소식이었다. 투자 금액은 127억달러(약 16조4719억원).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송도는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거대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게일이 포스코건설과 함께 개발한 업무단지는 보기 드문 이국적 경관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송도의 화려한 외관 이면에 치열한 법적 공방이 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10월 28일(현지시각) 게일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낸 22억8000만달러(약 2조957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9년부터 3년간끌어온 국제 분쟁이 비로소 막을 내린 것이다.


포스코건설의 승소를 이끈 주역은 법무법인 피터앤김이었다. 피터앤김은 태평양 출신 ‘스타’ 변호사인 김갑유 대표가 2019년 설립한 국제중재 전문 로펌이다. 올해 8월에는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국제 분쟁에서 우리 정부를 대리해 6조원대 배상액을 2800억원으로 막아내며 선방했다. 지난 2021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국 안방보험 간 7조원대 소송에서 미래에셋을 대리해 완승을 거뒀다. 잇단 활약에 힘입어 피터앤김은 올해 4월 전 세계 국제중재 분야 로펌 가운데 16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서울 삼성동 피터앤김 본사에서 김갑유 대표변호사, 신연수·조아라 파트너변호사를 만나 이번 소송의 쟁점과 시사점에 대해 들어봤다. 김 대표변호사는 포스코건설의 승소를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지킨 중요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패소했다면 2조6000억 소송전 갔을 수도


포스코건설과 게일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회사는 합작회사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설립하고 송도 개발에 나섰다. 게일의 지분이 70.1%, 포스코건설 지분이 29.9%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두 회사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NSIC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고, 포스코건설은 2017년 NSIC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고(대위변제) 게일 측 지분을 처리할 권리를 가졌다. 게일의 지분은 홍콩계 투자 회사 ACPG와 TA에 넘어갔다.


이에 게일은 2019년 4월 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포스코건설이 NSIC 지분을 처분한 것은 신의 성실 의무 위반이라는 게 게일 측 주장이었다. 게일은 포스코건설이 자신들을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NSIC를 의도적으로 부도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게일은 NSIC 지분을 계속 보유했다면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며 포스코건설이 22억8000만달러(약 2조9572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C에 중재를 신청한 지 불과 두 달 뒤에는 한국 정부에 20억달러(약 2조594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국가중재(ISDS) 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만약 포스코건설이 ICC 중재에서 패소했다면 한국 정부가 엮인 2조원대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피터앤김 한민오 파트너변호사, 신연수 파트너변호사, 김갑유 대표변호사, 방준필 부대표변호사, 조아라 파트너변호사.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포스코가 빚 대신 갚아준 이유가 핵심


김 대표변호사는 “워낙 규모가 큰 사건이어서 관련 서류가 매우 방대했는데, 모두 프린트했다면 이 방(대회의실) 안을 가득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며 운을 뗐다.


포스코건설과 게일의 관계가 2002년부터 지속돼온 만큼 공방의 내용도 복잡다단했다. 이번 소송전의 핵심은 NSIC의 부도 원인을 따지는 것이었다. 피터앤김은 스탠리 게일 회장이 미국 소득세를 대신 내달라고 포스코건설에 요구하며 송도 개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포스코건설이 사업을 방해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여러 개 회사의 소득을 개인에게 귀속하면 해당 사업체들의 합산 실적이 적자일 경우 당해 연도 소득세를 면제해준다. 게일도 이 같은 이유로 한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흑자 전환과 함께 소득세 납부 의무가 생기자, 포스코건설에 대납을 요구한 것이다. 게일은 이를 빌미로 송도 개발 진행에 필요한 결재를 차일피일 미루며 사업 차질을 유발했다.


신 변호사는 여기서 ‘도덕적 정당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게일은 포스코건설이 성실 협력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포스코건설은 주어진 의무 이상으로 최선을 다했고 성실 협력 의무를 위반한 쪽은 오히려 게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이 게일 지분을 제삼자에게 처분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했다. 포스코건설은 NSIC의 채무보증을 섰기 때문에 디폴트가 발생하자 게일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게일 지분에 대한 질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NSIC가 부도나면 보유하고 있던 지분에 설정된 담보가 모두 실행되는 등 경우에 따라 포스코건설도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포스코건설이 고의로 부도를 낸다는 건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부에서는 이를 모두 감안해 포스코건설의 질권 행사가 계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분쟁 변호사는 집도의…타의 추종 불허”


김 대표변호사는 이번 국제 분쟁에서의 승소가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지킨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는 한국의 연기금(국민연금공단)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는 상징성이 있는 회사”라며 “만약 이런 회사가 외국계 기업을 사업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전반의 정당성이나 신인도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변호사는 “이번 포스코건설의 승소가 국부 유출을 막았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당하게 일한 사람들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 변호사로서는 대단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연이어 국제 분쟁에서 승소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피터앤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김 대표변호사는 우선 세계 10위권 국제 분쟁 전문 로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며, 세계 1위도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분쟁을 맡는 변호사는 직접 수술을 담당하는 집도의와 같다. 당장 개복(開腹)을 하고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하며, 성패가 금방 드러난다. 피터앤김은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분쟁 전문 로펌이다. 사건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경험치에 있어서는 비교 대상이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조선비즈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기사링크: 이코노미조선(2022.12.14.),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3&t_num=1361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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