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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시인이 만나는 법] ‘론스타 분쟁 정부측 대리인’ 김갑유 피터앤김 대표변호사
작성일 : 2022-09-05

‘K-리걸’ 꿈꾸며 국제중재분야 세계적 로펌으로 키워 



 

한국의 폭풍 성장기를 상징하는 강남의 랜드마크 트레이드 타워 38층, 인터뷰이가 있는 법무법인 ‘피터앤김’ 사무실로 오르는 고속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살짝 마뜩한 설렘 같은 걸 느꼈다. 그것은 우리나라 최고 석학이나 작가, 예술가를 만나러 가던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었다. 10년 동안 한국 정부를 대리해 수조 원대가 걸린 국제투자분쟁 중재 사건을 이끌어온 김갑유 대표변호사(60·사법연수원 17기)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 약 력 ]


김갑유 대표변호사는 국제분쟁·중재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30여 년간 M&A, 국제투자, IT,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300건이 넘는 중재사건 대리인 또는 중재인으로 활약했다.

2019년 유럽의 국제중재 전문가 볼프강 피터(Wolfgang Peter)와 함께 국제중재·국제분쟁 전문 로펌인 피터앤김을 출범시켰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상업회의소 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 런던 국제중재 재판소(LCIA)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아시아인 최초로 유엔 산하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인터뷰가 있던 바로 하루 전날(8월 31일) 한국 법무부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퍼센트에 해당하는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분쟁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받아든 결과였다. 김갑유 변호사를 만나기로 한 것은 세간에서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는 대체적인 평가가 나온 직후였다.


아닌 게 아니라 김 대표는 다소간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시종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이야기의 심급에 따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삼엄함도 드러냈다. 향후 양측의 불복이나 그에 따른 응전이 있을 수 있지만, 먼저 큰 사건이 일단락된 시점의 감회를 물었다.


“이 사건은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었고 청구액도 크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서 한국 변호사라면 누구나 맡고 싶어 했을 사건입니다. 그런 사건을 맡게 된 게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변호사 35년 차인데 진행했던 사건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고요. 변호사가 한 정부를 대리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이왕에 한국 정부를 대리하게 된 것에 자부심을 가졌고 어떤 사건보다 잘하고 싶었습니다.”


일부 배상 판정이 아쉽다는 이야길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했지만 그는 자신이 들인 노력의 결과를 일단 수긍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이번 경우처럼 기업과 국가 간 투자분쟁을 심리하고 중재하는 일을 맡는 중재인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 걸까.


장기사건인 경우 흐름 인지하는 게 중요

사적인 건 잊어도 사건에 대한 건 안 잊어

현재 공동대표인 피터 제안받고 독립

다양한 국적의 변호사 40여명과 일해

한국정부 대리하게 된 건 자신에게 행운


“국가 투자분쟁을 진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세계은행 산하 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맡는 것도 있고, 유엔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 만든 중재 규칙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중재판정인은 개인이고 보통 양쪽 당사자가 합의하에 선정을 하는데요. 합의가 안 되면 ICSID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중재인 리스트 중에 선정을 해요. 그 리스트에는 변호사, 교수, 연구자 같은 전문가들이 망라되어 있고 국적도 다양해요. 저도 그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중재인이기도 하구요.”


장장 10년을 끌어온 사건이다. 당사자나 관전자들이 피로감을 느꼈을 법도 할 시간 아닌가. 여기서 비법조인 입장에서 의문이 일었다. 개인이든 로펌이든 동시에 진행하는 사건 수는 엄청나다. 그런데 국민과 여론의 관심이 쏠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건의 포인트나 흐름을 어떻게 계속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는지, 선택과 집중은 어떻게 하는지.


“장기 사건의 경우 흐름을 인지하는 게 중요한데, 사건의 핵심이나 디테일을 다 기억하고 챙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희 로펌은 중요 포인트를 정리하고 초점화하는 시스템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시스템에만 의지하는 건 아니고요. 제 생각에 변호사라면 사적인 기억은 잊어도(웃음) 사건에 대한 것은 잊지를 않아요, 잊어서도 안 되고요. 예전에 어떤 사건을 진행할 때 제가 무심코 세세한 걸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제 기억력에 놀라더라고요.”


직업적으로 훈련된 감각과 소명이 체화될 때 어떤 개발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일까.나는 이것도 다윈이즘이 적용되는 사례라고 믿고 싶다.


2002년 태평양에서 일할 때 국제중재 전담팀을 만든 이후 김 대표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국인 최초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2014~2021), 아시아인 최초 유엔 산하 국제상사중재협회(ICCA) 사무총장(2010~2014), 한국인 최초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 상임위원(2007~2012) 등을 역임했다. 이만한 커리어면 국제 중재분야 한국 최고라는 수식어를 써도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오늘의 이 자리에 자신을 세우기까지 그가 사용했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를 고등학교 다닐 때 여의었는데, 생물 선생님이셨어요.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식물, 곤충 채집을 다녔는데요. 그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아울러 관찰력과 분별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이들은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사물의 차이를 저는 비교적 쉽게 알아봐요. 예를 들면 자동차 새 모델이 출시됐을 때 구 모델과의 차이 같은 것들요. 그런 자연과학적인 관심이 국제중재 사건 때 마주치는 생물, 물리, 화학, 환경, 천체 같은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요.”


한국에서 학부(서울대 법학)까지 나온 이후 시간차를 두고 미국 유학(하버드대학교)을 다녀온 것이 전부인데, 국제중재에서 중요한 언어인 영어를 어떻게 익혔고, 또 다양한 의뢰인을 대리할 때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국제중재 변호사에겐 체력, 실력, 매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저는 아직 영어가 편치 않습니다. 제 경우엔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프랙티스(실행)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영어 구사력이 국제분쟁을 진행하는 변호사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인데요. 상대방에게 어떤 내용을 갖고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 비록 우리나라 억양이 섞인 서툰 영어라도 최선을 다해서 문화적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면서 설득하는 정성이 바로 대리인이 가질 수 있는 실력이고 매력인 셈이죠. 예컨대 이태리어만 읽고 말할 수 있으면 누구든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수 있지만, 그때 유창한 이태리 발음이 테너의 능력을 보증하지는 않잖아요. 그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는 상기한 것처럼 태평양에서 일하다가 비교적 늦은(?) 58세에 국제중재 전문 로펌을 창업했다. 그 배경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형 로펌에 있을 때부터 아시아 또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제가 가진 전문성과 경쟁력을 펼쳐보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독립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볼프강 피터라는 분에게서 제안을 받았어요. 볼프강 피터는 제가 진행하는 사건의 중재인이었는데, 독일분이고 스위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그 분야에서 꽤 저명한 분이에요. 어느 날 제가 파리에 출장을 가 있었는데 전화를 주신 거예요. 긴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만나자고 해서 그분이 파리까지 와서 만났는데 로펌을 같이 하자는 거예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죠.”


그렇게 2019년 11월 설립된 피터앤김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40여 명의 변호사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다. 피터앤김에서 가용할 수 있는 언어는 무려 14개 언어란다. 아시아 및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국제중재 분야의 거점인 싱가포르에 정식사무소를 한국 로펌 최초로 냈다. 현재 국제중재분야에서 세계 로펌 16위까지 성장했는데 내심 1위까지 올라가보고 싶단다. 그 바탕에는 한국 변호사들의 자질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고.


“어떤 국가나 민족에도 우수한 인력들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인력의 상당수가 법조계에 들어오고 있어요. 의료 분야가 그런 것처럼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법조인들보다 우리 변호사들 능력이 탁월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만큼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나라도 없고 일도 효율적으로 하거든요. K-팝, K-푸드 같은 것이 있는데, ‘K-리걸’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도 있어요.”


인터뷰 중간 다시 론스타 사건이 화제에 올랐을 때, 그는 한국 정부를 대리하게 된 것이 자신에게는 ‘행운’ 같은 것이었다고 표현했다. 국민의 이목이 쏠린 소송을 처리해야 하는 한 나라의 정부가 제비뽑기 하듯 대리인을 정하지는 않았을 터. 행운이라는 말을 쓰는 그에게서 나는 상대측 대리인과 론스타, 그리고 정부 모두를 배려하는 웅숭깊은 겸허함을 보았다. 그는 불쑥불쑥 우문을 던지는 격외의 인터뷰어에게도 시종 깍듯했는데, 답변의 형식은 간결했고 그 내용은 한결같이 구체적이었다.


그는 명성에 비해서는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약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대중매체에 나가 얼굴과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데도 그렇다. 그에 대해 그는, 전문성을 가지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고 싶고,방송이나 정계를 기웃거리며 대중에게 노출되어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틈만 나면 목적 없이 걷는 것을 좋아했고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았다고 했다. 그때 그에겐 수많은 사물과 자연과 사람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를 키운 8할은 주유(周遊)와 응시, 그리고 고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렘을 안기는 모든 일류들이 그렇듯이.



김도언 시인(소설가)

기사링크: 법률신문(2022. 9. 5.),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Content/Article?serial=18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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