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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한국기업, 국제분쟁 사전대비 너무 부실
작성일 : 2021-12-20

국제중재실무회, ‘개선방안’ 심층 조사 



 

해외투자 증가 등 본격적인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의 국제법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내변호사들이 해외 글로벌 기업처럼 계약 단계에서부터 수년 뒤 발생할 분쟁의 해결 전략이나 유리한 국제분쟁 중재지를 계약서에 미리 반영하는 등 치밀하게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국제중재실무회(회장 임성우)는 최근 '대한상사중재원(KCAB) 중재조항 삽입 실태조사 및 국제중재 사건유치 증대를 위한 개선 방안'을 주제로 심층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법무 전문가들이 기업 사내변호사들을 직접 인터뷰해 심층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KCAB의 의뢰로 진행된 이번 연구 용역에는 정홍식 중앙대 로스쿨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김준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와 한민오 피터앤김 변호사가 공동연구원으로, 김경은 변호사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외국기업 제시 중재조건 고민 없이 동의 사례 많고

기업 대부분 분쟁 해결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 없어


연구팀은 △제조업 △건설 △에너지 △종합상사 △게임 △제약바이오 등 6개 산업군 27개 대기업에 근무하는 팀장급 사내변호사들을 직접 심층 인터뷰 했다. 인터뷰에는 연구팀 외에도 김다나 허버트스미스 외국변호사, 김명안 화우 외국변호사, 김세연·김혜성·임병우 김앤장 변호사, 김선영·한상훈 광장 변호사, 안정혜 율촌 변호사, 윤영원 세종 변호사 등도 참여했다.


해외 다국적 기업들은 사내변호사들이 사업 초기 계약 단계부터 상대에 따라 계약방식, 분쟁해결방식, 중재지와 중재기관, 집행 용이성, 분쟁지연전략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 뒤 협상에서 관철시키는 구체적인 사내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실무자들이 기존의 계약서를 관행적으로 사용하거나 외국 기업이 제시한 국제중재 조항 조건에 큰 고민 없이 동의하는 사례가 많아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대부분의 기업은 국제계약 체결 과정에 사내변호사가 직접 관련 조항 등을 점검하고 검토하는 등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품매매 등 일상적인 계약은 법무팀이나 사내변호사가 직접 검토하고, 합작·투자 등 대형계약은 외부 로펌의 자문을 받는 것이 대체적인 우리 기업의 실무 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내변호사들은 또한 대부분의 기업이 대략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한 국제계약 전체에 대한 사내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분쟁해결 조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서화된 별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중재지 계약서에 반영 등 치밀한 시스템 필요


국제계약 분쟁해결 방법과 관련해서는 소송보다는 중재를 택하고 있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합작계약이나 투자개발계약 등 복잡한 계약에서 중재 선택 비율이 높았다.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상대적으로 사법 리스크가 큰 국가의 기업이 상대방일 때는 대부분 국제중재가 선호됐고, 상대방이 영미·유럽 기업인 경우에는 해당 국가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동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중재에 대해서는 화상심리가 활성화되면서 심리장소에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답변이 다수를 이뤘다. 다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심리가 중재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외국 중재기관에서 중재를 하기로 국내 기업과 합의하면서, 서울을 중재지로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아직 영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 비해 중재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계약서에 중재기관을 KCAB를 명시하거나, 서울을 중재지로 둘 경우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 로펌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내변호사들은 중재의 장점으로 △단심제여서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점 △당사자간 합의가 용의한 점 △(사법시스템이 약한 국가의 경우)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전문가를 중재인으로 정할 수 있어 판단이 예측가능하다는 점 △비밀유지 의무가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상대방이 적법절차를 주장하며 지연전략을 펼 경우 이를 방지할 수단이 재판에 비해 약하다는 점 △단심제여서 항소가능성이 사전에 봉쇄된다는 점 △집행지에서 별도의 집행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점 등이 꼽혔다.


정홍식 책임연구원은 "국제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의 중재조항 작성 관행 전반을 둘러싼 인식을 각 산업군별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결국 기업의 협상력 크기에 따라 중재기관, 중재지, 준거법 선정이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면, 분쟁해결 조항 합의에서 보다 유리한 중재기관과 중재지로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추후 분쟁해결에서 유리하다"며 "협상력이 큰 한국 기업이 많은 자동차 산업분야에서는 KCAB 선정과 서울을 중재지로 한 표준계약서가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이나 하청업체에 이같은 관행이 적극적으로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제 기준에 맞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도 확충해야


국내 기업 사내변호사들은 한국중재업계 발전 방향으로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별 영문 표준계약서를 대한상사중재원이 제작하면서 KCAB와 서울을 중재지로 넣어 배포할 것 △분쟁발생 초기에 쌍방의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 절차들을 중재규칙에 반영해 조기 분쟁해결 등을 유도할 것 △외국 기업 사내변호사들을 상대로 한국의 중재기관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 △클라우드에 탑재한 서증 저장 플랫폼 제공 등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확충할 것 등을 제안했다.


대한상사중재원 관계자는 "국제중재센터 출범 이후 국제중재사건을 직접 경험한 중재인과 해외로펌에서는 KCAB에 대한 호평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제일 가까운 한국 기업들의 평가가 이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면서 "사내변호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개선 노력을 하겠다. 서울이 국제적인 중재지로 업그레이드 되려면 정부 차원의 다양하고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제법무 역량 향상 및 'K-중재' 위상 강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안에서 사내변호사 업무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한국 정부와 중재기관은 밖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 사내변호사는 "국내 하도급 업체들이 재하도급을 하거나 기자재를 구매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조건을 구성한 뒤 해당 표준계약서에 'KCAB 국제규칙'과 '서울 중재지'를 넣어 배포하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인다면 K-중재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로펌과 기업들이 활동하기 용이한 국제거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사내 변호사는 "기업 등 당사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하면서도 법률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며 "영미계 중재기관이 주류를 이루는 국제중재 무대에서 한국이 대륙법계 분쟁해결 방식의 장점을 살려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륙법계의 직권탐지주의적 절차를 (국제중재에) 일부 반영해 조기 분쟁종결과 화해를 촉진할 수 있는 독특한 규정을 개발해 중재규칙에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법률신문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기사링크: 법률신문(2021.12.20.),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Content/Article?serial=17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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