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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로펌의기술]㉝“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미래에셋이 ‘피터앤김’을 찾은 이유는?
작성일 : 2021-09-15

 

2021년 9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법무법인 피터앤김 사무실에서 김갑유 대표변호사가 포즈를 취했다. / 오종찬 기자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7조원이 걸린 소송이에요.”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 사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 다급하게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던 법무실장(상무)도 함께였다. 어린이날 황금연휴차 모처럼 쉬고 있던 김갑유 대표와 10명의 파트너변호사들은 예상치 못한 ‘이머전시 콜(긴급 전화)’에 헐레벌떡 사무실로 모였다. 통상 미국 소송의 경우, 먼저 미국 로펌을 선정하고 이를 지원할 한국 로펌을 결정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측은 “우리에겐 이 사건 전체를 진두지휘해 전략적으로 이끌어 나갈 장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와 변호사들은 그 자리에서 1시간만에 대응전략을 짜고 프리젠테이션(PT)을 했다. PT가 끝나자 미래에셋측이 흡족한 표정으로 김 대표에게 악수를 건넸다. “피터앤김(Peter & Kim)과 가겠습니다.”


지난해 5월 4일 밤 8시, 서울 강남 도심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삼성동 무역센터 38층(피터앤김 사무실)에서 ‘역사적 만남’은 이렇게 성사됐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증권사의 명운이 출범한 지 6개월 된 신생 로펌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이후 중국 안방보험을 상대로 한 소송준비는 급박하게 흘러갔다. 피터앤김은 이날 즉시 공동 대응에 나설 미국 현지 로펌 오디션을 봤고, 퀸 엠마뉴엘(Quinn Emanuel)을 선정했다. 퀸 엠마뉴엘은 삼성전자와 애플사 소송,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소송을 변호한 미국 최대 소송 전문 로펌이다. 이어 8월말에 심리기일이, 10월 1일에 1심 선고기일이 잡히면서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소송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미래에셋, ’美호텔 인수’ 꿈꿨다가 ‘계약 해지’한 사연


2019년은 증권업계에서 해외대체투자 딜이 급증한 시기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채권운용 수익성이 떨어지고 국내 부동산 PF도 정부규제로 위축되면서 증권사들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확실성 등 ‘리스크 관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딜 규모 자체가 큰 만큼 리스크 발생시 원금회수를 하지 못하면 회사가 입는 타격도 클 수 밖에 없다.


미래에셋은 2019년 8월, 중국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미국 현지 15개 호텔)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경합끝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는데, 호텔 소유권 증서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정황이 포착됐다. 매도인인 안방보험측에 따져 묻자 “캘리포니아쪽 20대 러시아계 우버운전사가 소유권 증서로 장난을 쳤다. 말소처리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조건까지 계약서에 넣기로 하고 같은해 9월,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호텔들을 총 58억달러(한화 6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5억8000만달러(6400억원)을 지급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안방보험측은 “(15개 매물 중) 캘리포니아 호텔 6곳의 소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잔금을 대주에게 받고 증서도 말소해야 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6개월만 더 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이듬해 2월, 미래에셋 대주단인 골드만삭스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15개 전체 매물에 대해 델라웨어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 90건이 무더기로 발견이 됐다는 것.


여기에 권원보험(title insurance, 부동산 소유권을 보증하는 보험)사에서 소유권 권리를 보증할 수 없다고 했고, 대주단도 대주를 못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한 미래에셋이 안방보험측에 따지자 “3개월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안방보험측은 부당해지라고 주장하며 계약 이행 소송을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했다.


특히 안방보험은 ‘부당해지 주장’의 근거로 미래에셋이 소유권 문제가 아니라 사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리스크로 호텔업계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수인 변심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실화 맞나요?’ 이면계약에 덩샤오핑 손녀사위까지 등장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사건을 맡은 피터앤킴은 6월 한달간 디스커버리(Discovery, 정식 공판 전 소송 당사자가 상대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나 서류를 공개하는 절차)를 통해 수십만건의 분석을 마치고, 7월달엔 40여개의 증언녹취(Deposition)를 수행했다. 이어 8월에는 닷새간의 변론기일을 거치는 등 ‘강행군’을 펼쳤다. 당시 김 대표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이 사건에 매달렸다.


흥미로운 점은 15개 호텔과 관련된 ‘이면계약서’를 피터앤김이 뒤늦게 입수했는데,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은 사람이 2017년 안방보험의 전 회장이었던 우회장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2004년 안방보험을 설립한 우 회장은 덩샤오핑의 외손녀와 결혼했다. 안방보험은 중국 공산당이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다자보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중국어로 다자는 ‘우리’라는 뜻) 급하게 해외에 자산을 매각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에 안방보험은 다급하게 미국 호텔 15곳을 매각하게 됐는데, 이면계약을 체결한 우 회장은 도장을 찍은지 한달 후 구속돼 18년형을 받았다. 이 시기는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 토대 기반을 닦는 시기였다.


사건을 맡은 한민오 변호사(39·사법연수원 38기)는 “마치 존 그리샴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우 회장의 ‘재산 빼돌리기’ 배경에 대한 정황을 접하니, 안방보험에서 적어도 2019년초 이면계약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이면계약서를 들고 나온 ‘가짜 인물’이 15개 호텔의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계약서의 위조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 왼쪽부터)이 사건을 수행한 조아라 변호사, 김갑유 대표, 안종석 변호사, 한민오 변호사/사진=오종찬 기자 



◇法 ”불분명한 소유주, 계약해지 정당”


결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지난해 11월 안방보험에 대해 미래에셋 등에 계약금을 반환하고 368만5000달러(한화 약 40억원)의 거래비용과 관련 소송비용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의 쟁점은 미래에셋의 계약해지가 정당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피터앤김은 별건 소송의 2020년 1월 변론기일의 속기록을 입수했는데, 속기록에는 안방보험측 로펌(깁슨 던) 소속 변호사들이 “심각한 권언보험의 장애사유가 된다”고 인정한 부분을 발견했다. 이처럼 모순된 진술이 나왔다는 점에서 피터앤김은 ‘별건 소송은 별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안방보험측 주장을 탄핵했다.


이에 법원은 피터앤김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해지는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첫번째 근거로 매물(호텔)의 소유권이 매도인측에 있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들었다. 권언보험을 확보하는 것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인데, 권언보험이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다른 쟁점은 거래 조건에 들어있는 ‘확약 내용’을 안방보험이 위반했는지 여부다. 확약에는 매도인이 거래 종결까지 호텔사업을 ‘통상적 영업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말그대로 사업 유지만 하면 되는 조건이라 평상시엔 이슈가 되지 않지만, ‘코로나 시기’라는 점에서 미국 법조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안방보험측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동의를 받지 않고 일부 호텔의 영업을 중단했는데 “코로나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서 영업 중지는 불가항력적 사유”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환경에서는 이른바 ‘문을 닫는게’ 통상적 영업유지에 해당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 사건에서 ‘통상적 유지’란 코로나가 아닌 상황에서의 통상적 유지에 준해야 한다”며 미래에셋의 손을 들어줬다.


한 변호사는 “특히 두번째 쟁점은 ‘코로나 팬더믹’을 겪고 있는 전세계 비즈니스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컸다”면서 “코로나 없는 상황에서 통상영업을 말하는건지, 코로나 있는 상황에서 통상영업을 말하는건지 법리적 해석의 다툼의 여지가 있었는데 델라웨어 법원이 기준을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美 델라웨어 법원, 中 안방보험 ‘사기’ 사실상 인정


특히 1심은 재판부는 매도인측 로펌과 함께 미래에셋을 속였다고 판단, 미래에셋은 잔금을 물어줄 책임이 없고 계약금도 돌려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소송에서 쓴 법률자문 및 소송 비용과 전문가 비용까지 반환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소송 제기 전 양측이 딜을 성사시키며 썼던 ‘자문거래 비용’까지 안방보험이 물어내라고 했다.


피터앤김은 이 사건을 델라웨어 법원이 맡게 된 것도 ‘행운’이라고 전했다. 델라웨어주는 미국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 법제를 운영하는 곳으로 통한다. 우리나라도 상법·회사법 개정과 경제 분야의 법률 도입을 추진할 때 델라웨어 회사법을 참조한다. 사법부도 델라웨어의 기업 분쟁 처리 방식과 판례를 연구해왔다.


한 변호사는 “델라웨어 법원은 기업분쟁 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판사들이 ‘신속하면서도 심도 있는 재판’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판결 결과에 대한 권위도 남다르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석달만에 300장짜리 판결문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진두지휘한 김 대표는 “거래비용까지 배상하라는 것은 안방보험측에서 사기적으로 딜을 진행한 것(사기성)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뜻”이라며 “거래를 하다 (양측이) 틀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불필요한 비용을 내게 됐으니 전부 다 배상하라고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법조계에서 기업의 사기라는 것이 좀처럼 인정이 안되는데 거래비용 전액까지 반환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안방보험측은 지난 3월 미래에셋과 미래에셋생명을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에 상소를 제기했다. 미국 소송사건은 3심제인데, 델라웨어주는 이례적으로 2심제로 운영한다. 항소를 하면 바로 대법원으로 가는 셈이다. 대법원은 이달 15일 단 하루의 변론기일을 열고 사건을 재심리한다. 항소심 선고까지 통상 2~3달이 걸린다.



법무법인 피터앤김=2019년 11월에 설립됐다. 국제분쟁 및 중재 분야 대표적 전문가로 꼽히는 김갑유 대표(60·사법연수원 17기)가 유럽의 국제중재 전문가 볼프강 피터(Wolfgang Peter)와 함께 출범시켰다. 현재 서울, 싱가로프, 제네바, 베른, 시드니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국내 처음으로 국제중재팀을 이끌었다. 국내 법률시장에서 ‘국제중재 분야’를 개척한 1세대 전문가다. 최근 법률전문매체 ‘후즈후 리걸(Who’s Who Legal)’이 발표한 ‘쏘트 리더즈 글로벌 엘리트(Thought Leaders Global Elite 2021)’에서 중재분야 최고전문가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변호사 중에서는 유일하다.



조선비즈 이미호 기자(best222@chosunbiz.com)

기사링크: 조선비즈(2021.9.15.), 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1/09/15/LDRBU2PYQNEQFHPY3T5HGZQC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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