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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202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국제거래법 - 김갑유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피터앤김)
작성일 : 2024-08-14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정보제공 요청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구체적 판단기준 제시


대법원은 2017다219232 판결에서 구글 서비스 개인 이용자는 구글 미국 법인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봐


해외사업자의 약관에는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관할합의 조항이 포함된 경우 많고 소비자의 대부분은 인지 못 해


소비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 국제사법 제27조에 따라 적절한 판단으로 평가



1.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인도를 구한 데 대하여 일본국 종교법인 관음사가 불상에 대한 시효취득을 주장한 사건

-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다215590 판결


[사실관계]

2012년 한국의 절도범들이 일본 종교법인인 관음사에 봉안되어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절취하여 국내로 밀반입한 뒤 검거되었고, 해당 불상은 절도범들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몰수되었다.

원고 충청남도 서산시 소재 부석사는 해당 불상이 본래 원고의 소유인데 14세기에 왜구에 의하여 약탈되었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유체동산인도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불상이 과거에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관음사로 운반되어 봉안되었으므로 여전히 부석사의 소유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일본 관음사가 일본 민법에 따라 불상을 시효취득하였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지지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요지]

구 섭외사법 제12조 제1항에 의하면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고, 동조 제2항에 의하면 이러한 권리의 득실변경은 그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이 완성할 때의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 그러므로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물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

구 섭외사법 제5조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하는 것은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과 같은 저촉규범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구 섭외사법 제5조에 따라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의 내용이 법정지법인 대한민국법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


[해설]

대법원은 일본 관음사가 불상의 소재지법인 일본법에 따라 불상을 20년 이상 자주점유함으로써 시효취득하였다고 보았다.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할 입증책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가 그러한 추정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원고가 부담하는 것이 일본 민법상 원칙이며, 우리 민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일본 민법의 시효취득 법리 및 입증책임 분배의 원칙에 따라 원고가 불상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의 결론을 지지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구 섭외사법 제5조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류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일본 민법과 우리 민법이 문제된 쟁점에 관하여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편, 원고가 약탈 문화재의 경우 시효취득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원심법원은 해당 불상이 고려시대에 왜구의 약탈에 의하여 국외반출되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일본 민법상 일본 관음사의 자주점유 추정을 깨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았다(이 부분 판단에 대하여는 논자에 따라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목적물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문화재에 대하여도 취득시효 기간 만료 당시 소재지법인 일본 민법의 시효취득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2. 구글서비스 이용자들이 구글을 상대로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 공개 및 공개 거부에 대한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7다219232 판결


[사실관계]

원고들(구글 서비스 이용자들)은 피고들(구글 미국법인, 구글 국내법인)에게 사용자 정보를 제3자에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 제3자 제공현황 공개 및 피고들의 공개 거부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피고 구글 미국 법인은 서비스 약관에 의하여 캘리포니아 법원에 전속적 국제재판관할이 있으므로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고, 또한 서비스 약관이 캘리포니아주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법인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판결요지]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재판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해당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해당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그와 같은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관할합의는 유효하다.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은 소비자가 직업 또는 영업활동 외의 목적으로 체결하는 계약으로서 동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 소비자가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상거소지국)에서도 상대방에 대하여 위 소비자계약에 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조 제1항 제1호는 소비자계약의 한 유형으로, 상대방이 계약체결에 앞서 소비자의 상거소지국에서 혹은 그 외의 지역에서 위 상거소지국으로 광고에 의한 거래의 권유 등 직업 또는 영업활동을 행하고, 소비자가 그 상거소지국에서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한 경우를 들고 있다.

한편 소비자계약의 당사자도 서면에 의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를 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합의는 분쟁이 발생한 후에 체결되거나(구 국제사법 제27조 제6항 단서 제1호),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체결된 경우는 구 국제사법 제27조에 의한 관할법원에 추가하여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허용하는 때에만 유효하다(같은 단서 제2호).

따라서 당사자 간에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가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고 그 내용도 전속적 관할합의에 해당한다면, 이는 소비자계약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으므로, 소비자는 그와 같은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그 상거소지국 법원에 상대방에 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관련 구 정보통신망법 규정(제30조 제2항,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으로서 대한민국의 강행규정에 해당하는데,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다른 준거법 합의가 존재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위 강행규정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

다만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구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해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에 해당하므로, 동법 제27조 제4항에 의하여 개인적 목적으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들은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구글 미국법인을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의 소비자계약에는 위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해외사업자가 제시하는 약관에는 해외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관할합의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인 소비자의 경우 그러한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를 인지하더라도 그 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판결이 설시하듯, 구 국제사법 제27조(현행 국제사법 제42조 및 제47조의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의 목적과 취지는 수동적 소비자가 가지는 상거소지국의 소비자보호규정 적용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보호하면서, 외국법원 등에 소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소비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 이메일 사용자와 개인 이메일 사용자를 구분하고 후자, 즉 수동적 소비자(passive consumer)의 경우에만 구 국제사법 제27조에 따라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은 적절하다.

또한 대상판결은 구 국제사법 제27조에 따른 소비자계약에도 준거법 선택에 관한 당사자 자치가 적용되지만,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의 보호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다.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보호가 당사자 간의 준거법 선택으로 쉽게 박탈되지 않도록 그 준거법 합의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 사안에서 구 정보통신망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나아가 국내법상 강행규정을 적용하면서도 외국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이 해당 국가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는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이 이용자들의 정보제공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 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주한외국대사관 건물이 인접 토지 경계를 침범한 사건

-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9다247903 판결


[사실관계]

피고(몽골)가 원고(국내 회사) 소유 토지 일부를 침범하여 대사관 건물의 부지 및 부속 토지로 점유하였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으로 건물 철거, 토지 인도,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을, 예비적으로 소유권확인을 구하였는데, 피고는 이에 대하여 국가면제(주권면제)의 본안 전 항변을 하였다.


[판결요지]

부동산은 영토주권의 객체로, 부동산 점유 주체가 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소재지 국가 법원의 재판권에서 당연히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제기된 소가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된다.


[해설]

원심은 주위적 청구(건물 철거, 토지 인도, 부당이득반환)에 대하여는 국가면제를 적용하여 재판권 없음을 이유로 소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으나, 원심에서 예비적 청구로 추가된 소유권확인청구에 대하여는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아니하고 이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 중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하여는 국내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의 주위적 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이와 주위적, 예비적 관계로 묶여 있는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 환송하였다.

외국국가에 대하여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문제되는 행위의 성질 및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자 확립된 판례이다(상대적 면제주의,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외국이 국내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두고 곧바로 민사재판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주권적 활동’ 또는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공관지역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는 외교공관의 성질과 목적을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으나,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도 국가면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상대적 면제주의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적절하지 못하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예비적 청구인 소유권확인 청구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이후 원고가 환송심 진행 중 이를 취하하였다.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기대된다.



4. 이탈리아국 법인이 대한민국 법인을 상대로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 제35조 제1항 위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

-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1다255655 판결


[사실관계]

피고(부직포 및 펠트 제조업 국내회사)는 원고(섬유도매업 이탈리아 회사)에게 섬유를 공급하였는데, 피고가 공급한 섬유에서 형광증백제가 발견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판결요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 제77조는 ‘계약위반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손실을 경감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위반 당사자는 경감되었어야 했던 손실액만큼 손해배상액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책임제한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전체 손해액의 일정비율을 감액하는 책임제한과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CISG에는 위 제77조 외에 책임제한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책임제한과 관련된 규율에 관하여 내적흠결이 존재한다.

이 경우 CISG 제7조 제2항에 따라 ‘CISG가 기초하고 있는 일반원칙’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그러한 일반원칙이 없는 경우 비로소 계약상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CISG 조문들의 목적과 그 취지 등을 종합하면, 공평의 원칙 등에 기초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손해분담의 원칙은 CISG 일반원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손해의 공평한 부담에 관한 CISG 일반원칙에 따라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해설]

원심은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공급한 섬유가 일반적 섬유품질 기준에 의하면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제품의 하자 유무를 검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손해액의 65%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면서 CISG 일반원칙이 아닌 대한민국법을 적용한 것은 부적절하나, 공평의 원칙을 근거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외적 흠결, 즉 CISG가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항의 경우 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내적 흠결의 경우, CISG 제7조 제2항에 따라 CISG의 일반원칙에 따라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상 준거법인 대한민국법에 따르더라도 책임제한이 가능하였기에 결론에 차이가 없었으나, 만약 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에 따를 경우 책임제한이 인정되지 않는 사안이라면 책임제한과 관련된 규율의 흠결을 내적 흠결로 볼 것인지 외적 흠결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게 된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계약상 준거법이 책임제한을 인정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CISG에 따른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5. 항공기 운송지연을 원인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한 사건

-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1다259510 판결


[사실관계]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은 이 사건 항공편의 승객들로서 피고인 항공사와 국제항공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기체 결함으로 승객들은 도착지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국제항공운송에서의 일부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을 근거로, 피고에게 일실이익 등 재산상 손해 및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면서도 손해의 내용과 종류 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 협약 제17조에서 승객의 사망 외에는 신체의 부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등 다른 규정과의 체계적 해석, 위 규정들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정신적 손해 부분을 배제하기로 한 협상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제19조의 손해는 재산상 손해를 의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손해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만 몬트리올 협약이 이에 관한 규율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준거법에 따라서는 정신적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


[평석]

원심은 재산상 손해에 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이는 위 협약 제19조가 규정하는 손해에 정신적 손해도 포함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반면 대법원은 위 협약 제19조의 손해는 재산상 손해를 의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손해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 적용되는 보충적 준거법인 대한민국법상 손해배상 법리를 적용, 항공운송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상판례가 지적하고 있듯이, 몬트리올 협약 제1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승객의 사망 또는 신체의 상해(bodily injury)의 경우에 입은 손해’라는 표현은, 손해배상 범위에서 정신적 손해(mental injury)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몬트리올 협약이 승객의 위자료 청구를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며, 동 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면 위자료 청구는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될 보충적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라고 판시하면서,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에서 연착된 항공편의 목적지가 한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 판례 중 승객 신체의 상해가 존재할 경우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항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추가적으로 인정한 경우가 다수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신체의 상해와 정신적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조차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예외적인 판례도 존재한다.

해당 판례에서 미국 법원은 협약 제17조 중 ‘신체의 상해의 경우(in case of)’라는 문언을 승객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였다. 이와는 달리 대상판결처럼 국제사법 원칙에 따른 보충적 준거법을 적용하여 승객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항공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신체적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된다.



김갑유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피터앤김)

기사링크: 법률신문(2024.08.14.), https://www.lawtimes.co.kr/news/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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